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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으로 랜드마크’? 대전시 ‘과학자 시계탑’ 추진은 법 취지 훼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전시는 2026년 고향사랑기금 사업으로 ‘과학자 시계탑’ 사업을 선정하고, 총 7억 원을 투입해 엑스포 한빛탑 앞 광장에 홀로그램·야간 조명 기능 등을 갖춘 시계탑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시민의 자발적 기부로 조성되는 공익 재원이다.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은 기부금의 사용 목적을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보호, 지역주민의 문화·예술·보건 증진, 시민참여·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그 밖의 주민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으로 규정한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지자체의 홍보 예산도, 전시성 상징물 예산도 아니다. 그럼에도 대전시는 법이 정한 목적에서 벗어난 사업을 추진하며 제도의 공공성과 기부자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대전시는 ‘과학도시 상징’과 ‘관광자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계탑 설치가 취약계층 지원, 보건·돌봄, 공동체 활성화 등 법이 정한 목적사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시민의 선의로 조성된 기금을 ‘랜드마크’ 조성으로 돌리는 순간, 고향사랑기부제는 ‘전시성 사업 재원’으로 전락한다. 대전시는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절차적 문제도 결코 가볍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대전시는 2026년 기금사업안 선정을 서면 심의로 의결했고, 심의 당시 입지와 이후 사업계획서의 입지가 달라졌는데도 재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지관리 방안, 비용 산정, 운영 계획 등 핵심 검토 요소를 충분히 제시·검증하지 않은 채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이 시민의 기부로 조성되는 재원이니 만큼 대전시는 더 높은 수준의 검토와 정보 공개, 설명 책임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대전 중구를 포함한 여러 지역의 고향사랑기부금 활용 사례는 기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대전 중구는 지정기부로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퇴소자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열흘 만에 약 1억 5,800만 원을 모아 1인당 500만 원씩 자립지원금을 전달했다. 충남 청양군은 지정기부를 활용해 조리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로당 무상급식 사업을 확대했다. 광주 동구는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유기견 입양센터 조성을 추진하며 유기동물 보호 문제 해결에 나섰다. 경북 경주시는 고향사랑기금 1호 사업으로 장애인복지관 특장버스를 도입해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했다.
이 사례들은 고향사랑기부금이 ‘상징물’이 아니라 ‘돌봄·복지·권리·공동체’에 우선 투입될 때 비로소 제도 취지가 살아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대전시가 해결해야 할 시민 삶의 과제는 이미 넘쳐난다. 대전시는 고향사랑기부금을 도시 이미지 만들기나 시장의 치적 쌓기에 사용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기부금이 시민의 삶을 직접 바꿀 때, 기부는 공동체를 살리고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대전시가 ‘과학자 시계탑’ 추진을 즉각 멈추고, 고향사랑기부금이 법 취지에 맞게 쓰이도록 기금사업 전반을 재정비할 것을 촉구한다. 대전시는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회복하고, 기부자의 선의가 지역의 필요에 정확히 닿도록 책임 있게 운영해야 한다.
2025년 12월 10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